한국 게이머의 성향?

요즘 이래저래 한 이유로 해외에서 잘 나간다고 하는
한국 모바일 게임을 만져보고 있다.
액션 RPG 게임으로 요즘 나오는 게임 다 그렇듯 캐릭터를 과금해서 뽑하야 하고,
(캐릭터 등급은 1-6)
과금 안 해도 그냥 저냥 노력하면 5-6급까지 만들 수 있는 게임이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고, 무과금 유저이지만
운 좋게 몇몇 5-6등급까지 가는 카드를 획득, 강화해 나가고 있던 와중에
어느 것부터 6등급으로 올릴 지 망설여져 게임 내 채팅에
“내가 갖고 있는 캐릭터 중에 어느 것부터 급을 올리는 게 낫겠나.”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1. 다 쓰레기
2. 다 재료임
3. 추천할 게 없네
4. 다 버리셈
뿐이었다.
그래서 어떤 게 좋냐고 다시 물으니 다들 수십만 원 과금해도 나올까말까,
똑같은 던전 반년 플레이해도 나올까말까한 캐릭터들 뿐이었다.
그래서 조언 구하기는 포기하고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내가 가진 캐릭터를 조합해 게임을 진행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주 쓸만했다.
헤비 과금 유저들에게는 당연히 이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라이트 과금 유저나
같은 무과금 유저는 어지간하면 이기고, PvP컨텐츠에서 상위 5%에 진입할 정도로
쓸만한 캐릭터 구성이었다.

저 질문을 해서 저런 대답을 들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뉴비유저가 저런 질문을 하고, ‘니가 가진 캐릭터는 쓰레기임’
소리를 듣고 좋은 카드를 얻을 때까지 게임을 리셋하러 가 버린다.

대답을 한 유저들이, 스스로 제시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 과금을 했는데 이게 안나오니, 몇달 몇번 돌렸는데 이걸 못 얻었느니 하는 소리가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채팅창에 도배된다.
그걸 보고 참 우습다…? 안타깝다…? 이런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을 해서 캐릭터를 구성하고, 스킬을 운용해서 그에 대한 장단점을 판단,
적절한 조언을 하기보다는 단 하나 있는 최고를 들이밀며-심지어는 스스로도 갖고 있지 않은-
쓰레기라는 자극적인 단어까지 사용하는… 그런 세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지 못하고, 그저 단 하나만의 가장 높은 목표를 정해 둔 채
그걸 향해 달리는 느낌이랄까.

이런 성향은 사실 처음 겪은 게 아니다.
모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방대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감탄을 하며
하나하나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내 레벨에 비해 한참 쉬운 곳에서
어슬렁거리기 일쑤였고, 그걸 본 아는 사람들 및 해당 필드에 있는 사람들이
너는 왜 여기 있냐, 빨리 다른 데로 가라, 이런 말을 수도 없이 했다.
나는 지금 여기서 이 게임 내 풍경을 하고 이 재미있는 퀘스트를 하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이게 주입식 교육과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는 범국가적인 세뇌(?)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국민성인지, 아니면 경쟁심리인지 잘 모른다.
그저 전뇌세계에서조차 이런 성향을 보이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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