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징 때문에 게임을 손에서 놔버리다니..

일본어를 조금 읽고 쓸 수 있게 된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게임을 일본 원판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정발을 안 해 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 달, 한국에 들어갔다가 정말 살 생각도 없던
정발 게임을 사 왔습니다.
드퀘몬2를 사러 갔는데 품절이라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아쉬웠고,
마침 해당 타이틀이 중학생 때 나름대로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의
세계관을 그대로 사용한 타이틀이기 때문에 약간 기대도 했었습니다.

근 두 달 간을 묵혀 두던 그 게임의 포장을 어제 뜯어서 해 봤는데…
….
…..
음, 적응이 안 되네요.
그냥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좀 접해본 사람 데려다가
급조시킨 느낌?
예를 들어

-지금 꺼 뭐야?(돌발상황에서)
-라는 건, XXX라는 말이야?(타인이 말을 끝맺거나 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시작할 때)
-좋은 걸 얻었다!
-좋은 이야길 들었어!
-XX인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강하게 가자고!
-그게 사람에게 뭔가를 물어보는 태도인가?
-엄청난 것을 주워 버렸어!
-머리를 들이민다니까, 머리를 들이민 김에
(아마도 참견을 했다, 이 일에 끼어들었다는 의미,頭を突っ込む)

이외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호 누락과 띄어쓰기 오류를
튜토리얼 및 1장 초반-예상 플레이 타임 10분 미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호 및 띄어쓰기는 시간이 없었다고 핑계대면 그냥저냥 눈감아줄 수도 있지만
완벽한 직역체는 많이 보기 껄끄럽더군요.
일본어와 한국어, 양 언어의 의미 파악을 거의 못 하는 역자라는 생각밖에 안 들 정도로.

남친님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그냥 팔아버리고 일본판 사겠다고 했더니
계속 플레이하며 안 좋은 로컬라이징의 예시 및 교재로 사용하라는
엄명이 떨어졌습니다. 엉엉.

지금같이 열악하 상황에서 한글화까지 하여 정발한 건 대단하지

그래도 너무 기대 이하의 퀄리티네요.

결론>저도 늙었나봅니다. 잘못된 맞춤법이 눈에 거슬리는 걸 보면.

추가>본 게임 관련 커뮤니티나 공략을 찾아 보았는데, 번역 관련 지적은 눈에 안 띄더군요.
한글화가 황송해서 그런지, 플레이 연령층이 젊어서 그딴 거 신경 안 쓰는지,
이슈가 될 만한 대작이 아니어서 그런지, ‘조준, 불이야!’급의 초월작업은 없어서 그런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