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벌레 버스터

본인은 벌레에 매우 민감한 성격이다.
벌레 전반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멋있게 생긴 거미나 전갈엄밀히 말하면 이 두 부류는 벌레가 아니지만,
예쁜 나비나 풍뎅이류는 아주 좋아한다. 사마귀도 허용범위 안이고…
또한 어렸을 적에는 비오는 날 달팽이를 키우겠다며 도시락통에 잔뜩 잡아와
어머니를 기겁하게 만든 적이 있으며 아파트 옥상에 말벌이 쪼끄만 집을 지어놓은 걸 보고
우왕ㅋ머시쪜 하면서 들여다보다가 쏘여서 다리가 퉁퉁 부어 한동안 고생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조그만 말벌집인 게 다행이다. 대형이었다면 난 지금 이자리에 없겠지.)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해충은 매우매우 싫어한다.
밬휘벌레는 말할 것도 없고
-회사에서 내 자리에 나타났다는 것만으로 기겁을 하여 약한 위경련과 손떨림,
저체온증에 가까운 체온저하로 조퇴함-
흰개미, 파리, 등에, 진드기 등은 매우매우매우 싫어한다.
내 집에서 내 눈에 뜨이는 족족 사형처분을 내리며 가능한 한 척살시키려고 애를 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중국에 와서는 아직 방충 및 살충 환경이 안 되어 있는지 정말 벌레와 공존하는 나날이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때때로 바퀴벌레가 나와서 기겁을 하고
때때로 쥐며느리가 나왔으며
(근데 쥐며느리는 귀여워서 데리고 놀다가 밖에 놔준 거..
이 종족은 건들면 몸 동그랗게 마는 줄 알았는데 안말기에 잡아놓고 조사해 보니
몸을 마는 건 공벌레, 안 마는 건 쥐며느리라 카더라. 쳇)
한 번은 제법 큰 지네가 베란다에서 돌아다니기에 집에 못 들어오게 문 꼭 닫아 놓고
구경하던 기억이 있다
(집이 22층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어떻게 거기 있었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지네가 경공술을 씁니다.)

새로 이사온 집은 제법 깨끗하고 신축이어서 벌레 걱정은 없겠다 싶었는데 웬걸,
흰개미(인지 좀벌레인지)가 조금 서식하고 있다는 게 판명.
저렙몹인지라 수시로 잡아 주고 벌레퇴치약 바르고 물기있는 부분 건조시켜 주니
나오는 횟수가 급감해서 그나마 안심했는데….
얼마 전부터 빌어먹을 나방파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병균을 옮기지 않으니 딱히 해충이라 할 수는 없지만 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데다가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하고,
무엇보다 때때로 물구덩이에 뛰어들었다가 빠져죽어 있는 안 좋은 꼴을 보이기 때문에
본인 뇌내 척살순위에서는 꽤 높은 편이다.
검색을 해 보니 하수구에 성충이 알을 까니 하수구에 정기적으로 끓는 물을 흘려보내서
알을 익혀 버리거나 세정액으로 깨끗하게 유지하란다.
여기에 온 이후로 성체 나방파리를 본 적이 없어
(물론 이 성체란 주관적인 판단으로, 걍 눈에 보이는 크기로 판단.
좁쌀 혹은 쌀알만한 크기가 성체라면 할 말이 없다..ㅠ
우리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by 나방파리)
여튼 그간은 한두마리다가 갑자기 어제밤~오늘 사이에 좁쌀크기 개체수가 급증하기에
불안감을 느끼고 물을 한포트 끓여 하수구에 들이붓고 곳곳에 벌레퇴치약을 바르고
계속 화장실에 들락거리며 좁쌀개체를 찾아 보이는데로 척살하고 있다.

다 죽인다 해도 옆집에서 날아올 테니 지속적인 관리를 해 줘야 한다는데…ㅠㅠ
괴롭기 짝이 없다. 내 집에 살려면 집세를 내란 말이다 망할 벌레쉐키들아!!!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