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생활-벌레

솔직해 태국에 오면서 나라가 나라이니만큼
어지간한 벌레는 그냥 스트레스 받지 말고 척살하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왔습니다.
어느 나라나,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벌레는 있는 거잖아요.
날벌레 조금 날아다닌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입주 이삼일간은 안 보이던 벌레가 한 이틀정도 연속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그것도 20-30마리는 족히.
커튼 타고 기어도 오르고 방바닥엣 스멀스멀 움직이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녀석들은 죽어나자빠져 있더군요.
색깔과 외관은 마치 다이어트한 바퀴벌레같았습니다.
길이는 1센티미터 정도? 갈색의 반들반들한 몸체를 보고
정말로 소름이 끼쳤습니다.
한두마리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런 놈들이 기십단위로 나타나니
뒷골이 땡기고 정말 미친듯이 잡아 버리고 죽이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죽어있거나 죽기 반보직전이라서 그나마 덜 고생했다는 게 위안일까요.
여튼 이틀이나 그런 일을 겪으니 그냥 울고 싶어져서 이틀째에는 온 집안에
벌레억제제? 벌레기피제?를 뿌렸습니다. 창틀, 샤시, 커튼….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이 벌레는 무엇인지 온갖 웹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숫자와 모양에 착안, 박휘벌레에 중점을 두고 검색했습니다만
아무리 뒤져도, 영미일한 사이트를 다 뒤져도 흡사한 바퀴벌레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찾다 지쳐서 방 청소를 하는데 벌레들 죽어있던 창틀에 무수히 많은,
투명하고 작은 날개들이 보이더군요.
과거 동물 관련 책 혹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암개미, 수개미의 날개와 매우 흡사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미 생식충을 이잡듯 뒤져 보았지만 이 역시 fail.
제가 본 벌레들은 개미의 특징인 머리 가슴 배 구조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별 생각 없이 들어간 해충구제 전문가 사이트에서 찾아냈습니다.
바로 흰개미 생식충… 타원형으로 늘씬한 몸에 짧은 더듬이가 아주 판박이더군요.
대략적인 사이즈와 색상도 말이죠.
흰개미가 흰색만이 아니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여튼 해당 사이트에서 흰개미 생식충들이 벽 갈라진 틈에서 나오는 생생한 자료사진까지 보았는데
마치 에일리언이 사람 가슴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보는 듯한 매우매우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혹은 지옥에서 올라오는 지옥파리급)
흰개미는 매우 퇴치가 어렵고 집을 랩으로 둘둘 만 다음에 하루이틀 푹 약으로 훈증해야 한다…
는 말을 듣고 매우 걱정했습니다.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인만큼 그러기가 힘들기 때문이었죠.
일단 흰개미의 서식처가 집안에 있나 찾기 위해 온 집안의 벽을 두드리고 다녔으나 대부분이 벽재가 콘크리트고
텅 빈 소리가 나는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걱정했지만 벌레약을 뿌린 후 약 사흘이 지났는데 해당 벌레는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고요.
벌레퇴치제가 듣는 건지, 생식충 비행 시즌이 끝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앞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그 외의 벌레는…
어디서나 볼 법한 초파리스러운 날벌레뿐이었습니다.
이마저도 음식물 쓰레기를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내다 버리니 집에서 보는 일이 없고요.
그리고 가장 걱정하던 건 역시 박휘벌레입니다만
집 안에서 흔적 및 본체를 발견하지는 못했네요.
입주한지 열흘 지났습니다만… 아직 집에서 본격적으로 음식을 안 하니…
이건 차차 두고 봐야겠습니다.
왜냐면 오늘 아침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엄지손가락보다 더 큰 박휘벌레가
죽어자빠져 있는 걸 봤거든요…ㅠㅠ
일단 문 앞에도 벌레기피제를 뿌려놓긴 했습니다만
집 안에서 발견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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